일러스트

크리티카 샤코아머 그림자술사X화방녀

디아블로러버 2020. 12. 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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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일 당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길 희망하던 와중, 저랑 약간 친한 후배가 하드코어한 다크 판타지 게임을 만드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대표작 다크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을 소개해줬는데 저는 대체로 판타지하면 동화을 연상케하는 파스텔톤&비비드한 밝고 아기자기한 색채와 주인공 파티가 힘을 합쳐 퀘스트에 던전과 레이드를 돌며 적들을 쓰러뜨리는 등 평화를 가져다주는 희망찬 내용 위주의 영웅적인 서사를 생각했는데 이건 그야말로 '애들은 가라!!!'라며 외칠 정도로 꿈도 희망도 없는 암울하고 절망적인 세계가 주를 이룬다는 점이 다른 의미로 매력적이었습니다.

 

거기다 잡몹은 보통 주인공이 굳이 액티브 스킬을 시전하지 않아도 패시브 한두방 정도면 바로 관광당하는데 이런 흔하고 진부한 클리셰를 비튼다는 의도를 담은건지 잡몹이 잡몹답지 않게 던전이나 레이드 때 만나는 보스 못지않게 주인공을 몰아붙이는 것 내지는 죽일 정도로 체력이 만만찮은 게 특징입니다.

 

또한 스토리가 방대해서 프롬뇌를 가진 프롬인(프롬 소프트웨어 게임 마니아의 이명)이 아닌 보통내기는 도저히 이해를 못합니다. 저 역시 프롬인은 아니며 프롤로그 외에는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를 아예 포기했습니다. 그나마 아는 프롤로그의 내용이라면 고룡과 바위, 거목만 있는 잿빛으로 이루이진 이른바 '무의 시대'는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 따뜻함과 차가움 등 극과 극을 이루는 요소가 없는 무미건조한 세계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세계에 작지만 온기를 지닌 '최초의 불'이라는 게 생기자 어둠의 존재들이 거기에 이끌려 극과 극의 요소들을 이용해 색채로 가득한 세계를 만들기 시작해 무의 시대는 곧 종말을 맞이할 거라는 암시를 던졌습니다.

 

이에 태양빛의 왕 그윈, 묘왕 니토, 이자리스의 마녀, 그리고 비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백룡 시스가 고룡들을 타도함으로써 '불의 시대'을 열어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황금기를 맞이했지만 얼마 못 가 불씨가 점점 사그라들면서 주민들의 몸에 다크링이 생긴 걸 기점으로 불의 시대는 머지않아 종말을 맞이할 위기에 처했고 다크링이 새겨진 주인공이 깨어나 던전과 레이드를 돌면서 왕의 소울을 회수하는 게 프롤로그의 내용입니다.

 

처음으로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작품이 바로 위의 이미지이며 크리티카 샤코아머 그림자술사X화방녀 커플 팬아트입니다. 불의 시대가 끝나기 직전의 어두컴컴하고 절망으로 가득찬 세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입니다. 

 

주인공 그림자술사는 다른 세계관(크리티카) 출신에 파트너이자 분신 알터를 통한 마법으로 다크 링(불의 시대가 점점 쇠퇴함으로써 주민들의 몸에 새겨지는 링 형태의 심볼이며 심볼이 새겨지면 육체는 불사가 되지만 정신은 육체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짐승으로 전락함)이 새겨져있지 않았으며 화방녀는 작지만 뜨겁게 타오르는 불씨를 어둠에 삼켜지기 직전의 세계를 밝혀달라며 부탁하고 있습니다. 

 

3의 분기별 엔딩 중 가장 희망적이며 해피엔딩에 가까운 동시에 유저들로부터 진 엔딩이라며 평가받는 '불의 계승의 끝'을 참고하면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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